내가 의무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조직에 일어나는 많은 일들이 나에게 중요한 듯이 다가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나의 책임도 아닐뿐더러 내가 위로해야 하는 일도 아니다. 정말 나랑 하나도 관련 없고, 내가 하나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일들에도 이상한 책임감이나 의무감이 솟아나서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까지 이어지는데, 이런 마음이 누군가에게는 부담을 느낄 만한 정도가 되어 가는 것 같다.

아직까지 과거에 내가 속했던 조직의 망령에 사로잡혀 있다고 느낀다. 조직의 문제에 내가 아파하고, 내가 해결해야만 할 것 같은 감각. 나에게 그 문제를 해결할 권한도, 해결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면서, 스스로가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막연하게 믿으면서, 나는 왜 그런 것들에 집착하고 있는 걸까. 내가 뭐라도 되는 듯이, 내가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다는 듯이.

I는 내가 느끼는 감정을 책임감으로 프레이밍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했다. 슬픔이나 아쉬움이라고 생각하면 또 그렇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나는 왜 관계가 끝날 때마다 스스로를 그렇게 깊이 가라앉혔을까. 모든 관계는 끝이 있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어쩌면 나는 끝난 관계에 대한 슬픔을 아직도 책임감이라고 부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