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알려는 마음도 일종의 욕심이고, 의도치 않게 많은 것을 알게 되는 일 역시 꽤나 지치는 일이다. 타인이 굳이 드러내지 않았던 관계를 알게 되는 상황은 때때로 불필요한 인지적 부담으로 다가온다. 어쩌면 몰랐더라면 좋았을 사실들이 있다. 알기 전에는 아무런 의미도 없었던 사소한 말과 행동에, 알고 난 뒤부터는 자꾸만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앎은 때로 이해의 폭을 넓히기보다 생각의 가짓수만 늘려놓는다.
사실 이러한 부담 중 일부는 굳이 짊어지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다. 들여다보지 않는 것만으로도 많은 생각을 덜어낼 수 있다. 모든 관계를 이해할 필요도, 모든 사실을 알고 있을 필요도 없다. 특히 자신의 경계 밖에 있는 일이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것을 안다고 해서 호기심까지 쉽게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원하지 않게 알게 되는 사실도 있지만, 돌이켜보면 나는 스스로 더 많은 것을 알려고 했던 순간이 많았다. 그것이 내 감정을 흔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생각해 보면 내가 알고 싶었던 것은 사실 그 자체라기보다, 그 사실을 알게 됨으로써 해소될 어떤 막연한 궁금증이었는지도 모른다. 모르는 상태가 불편했고, 무언가를 알게 되면 그 불편함도 사라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하나의 궁금증이 해소되면 또 다른 궁금증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그렇게 내 머릿속에는 해소되지 않은 궁금증들이 쌓여갔다.
모르는 상태를 견디지 못해 알려고 했지만, 정작 알고 난 뒤에는 그 앎을 감당해야 하는 일이 남았다. 결국 내게 필요한 건 더 많은 것을 아는 것이 아니라, 굳이 알지 않아도 되는 것들을 모른 채 두는 데 익숙해지는 일이었다.